게임 찾아보기

2016. 12. 29.

Burnt Matches




게임의 기능

• 눈,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방들,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계단들,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엘레베이터,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 당신은 아마 죽을 겁니다, 그러나 텍스트입니다!


 [Burnt Matches]는 어떤 공간을 텍스트로 표현한 게임입니다. 글을 통한 서술이나 묘사가 아닙니다. 텍스트로 그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깜박이는 텍스트, 깨진 텍스트, 녹색 텍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에 연출을 넣어 플레이어에게 공간을 전달합니다. 제작자의 후기에 따르면 이 게임은 핵폐기물 보관 시설에 관련한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먼 훗날 문자가 소실되더라도 해당 시설이 위험한 공간이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제작자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 시설을 표현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았다고 제작 후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이건 그저 게임이니 끝까지 들어가셔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죽을 만큼 놀라거나, 죽을 수도 있지만, 그저 텍스트일 뿐입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호러
제작: Pippin Barr
좌표: 제작자 홈페이지

2016. 12. 26.

THE MIGRATION



ships passing in the night

“지금 당장 어딘가로 잠시 떠나고 싶으십니까?”

정말 부담 없이 짧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걷는 게임(Walking Simulators)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입니다.

걷는 게임은 말 그대로 걷는 게임입니다.
보통은 게임 속을 거닐며 게임의 분위기를 즐기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을 아주 잘 만드는 Connor Sherlock라는 개발자가 있습니다.

그는 거대한 조형물과 넓은 지형을 다룹니다.
게임의 수많은 변수를 조절하여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게임 속을 걷는 플레이어가 전율을 느끼고, 분위기에 빠져들어
잠시 현실을 잃어버리는 만드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제작자입니다.

[THE MIGRATION]은 이제까지 해본 그의 작품 중 최고의 게임입니다.
10분 남짓한 매우 짧은 게임이지만, 아주 강렬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가능하면 방에 불을 끄고 헤드폰을 끼고 즐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2
편의: 짜릿함
제작: Connor Sherlock
좌표: itch


2016. 12. 23.

Empty




[Empty]은 느긋하게 마음을 비우고 방도 비우면 되는 게임입니다.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서 가구들이 보이지 않게 하면 가구가 사라집니다.
사물의 색을 똑같게 맞추는 것은 퍼즐 게임의 기본이지만 이건 또 색다릅니다.
해보시면 퍼즐을 꾸린 방식에 감탄하시게 될 겁니다.

초반은 정말 느긋하고, 후반은 제법 어렵습니다.
도전적인 퍼즐을 원하시는 분에게도 추천합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안드로이드, 리눅스
가격: 무료(원하는 가격)
편의: Zen
제작: Dustyroom
좌표: itch

2016. 12. 21.

Acre 6







[Acre 6]은 뭔가 속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데 시원하게 꺼낼 수는 없는 게임입니다.

[Progress Quest]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가만있는 게임(idle games)”이라는 황당한 장르를 개척한 게임입니다.
가만두면 알아서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얻고, 퀘스트도 해결합니다. 참, 레벨도 오릅니다.
플레이어는 가만 앉아서 게임이 혼자 진행하고 쌓는 것을 구경하는 게임입니다.

[Acre 6]은 그 게임에 영향을 받은 게임입니다.
조금 발전한 형태로서 이번에는 게임 맵도 있고 맵에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Progress Quest]보다 더욱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게임은 농담처럼 초라하고 얄팍합니다.
그러나 화려한 대형 게임들과 무섭도록 유사합니다-!

이 성과를 “아이디어의 승리로구나!"하고 넘어가기에는 무언가 탐탁지 않습니다.
오픈 월드라거나 롤플레잉이라거나 뭐 그런 게임들과 이 게임의 차이는 뭘까요?
어디에서 무엇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게임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을 뭘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가만 앉아서 묵묵히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손은 편하고 머리는 아프고
제작: BLENDO Games
좌표: itch



부록

그냥 끝낼까 하다가. 그러면 너무 썰렁한 것 같아서.
가만 앉아서 생각한 것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Acre 6]은 최근 게임이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흉내 낸 게임입니다.
너무 지나치게 강조해서 뭐가 중요한지 우선순위가 헷갈리는 게임들.

내가 지도에 표시되는 저길 가기를 원하는 건가?
아니면 저기 가는 과정을 즐기기를 원하는 건가?

많은 게임이 전자를 택합니다. 플레이어가 길을 잃으면 큰일이지요.

오픈 월드라 불리는 게임의 많은 수가 플레이어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만족하게 할 만큼 영리한 공간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한다고요! 어려운 일이지요!)

[Acre 6]은 과장된 몸짓으로 농담처럼 말합니다.
그런 건 단어 몇 가지로 짜 맞춰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중요한 건 장소의 이름과 보상의 명칭과 퀘스트의 이름이 아니라고.
그곳이 어떤 곳이며 무엇을 하고 어떤 가치를 얻었는가가 중요하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상적인 말입니다.

게임이 추구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2016. 12. 20.

FILLFIIL Mk37




기술자는 인생의 역작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을 방에 가두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당신은 일하는 동시에 갈증과 배고픔을 해결해야 합니다.
Ludum Dare 37회 기간 48시간 동안 제작되었습니다. 마우스로 조작하세요. 

[FILLFIIL Mk37]은Mk37]는 멋진 분위기와 간략한 퍼즐을 가진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퍼즐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한번 이해하고 나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10분 안쪽으로 끝낼 수 있는 짧은 게임이니 분위기를 즐기며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화끈한 엔딩이 맘에 듭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살짝 난해함
제작: Martin Cohen
좌표: itch

2016. 12. 19.

Alien Caseno




[Alien Caseno]는 외계인이 꾸린 카지노를 구경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작은 게임이지만 재미있는 설정과 동화 같은 캐릭터 디자인이 참 매력적입니다.
제작자의 부담 없는 위트가 가득 담겨있으니 한번 구경해 보시기 바랍니다.

게임을 하면서 문득 ‘개성 있는 게임이란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있을 겁니다. 제작자의 색이 보이는 게임 또한 그중 하나 아닐까요?
[Aline Caseno]는 만든 사람이 눈앞에 보이는 게임이란 생각이 듭니다. (착각일까요?)
언젠가 한국에서 게임 사전심의가 사라진다면 한두 명씩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좀 씁쓸해졌습니다. 어쩌면 희망일 수도 있겠지만요.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원하는 가격)
편의: 쉬움
제작: GRACE BRUXNER
좌표: itch

2016. 12. 18.

The Catacombs of Solaris




식후에 이 게임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여기 쓸 수 있으니 다행일까요? 조금 머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식후나 어지럼증이 염려되신다면 지금 소개하는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The Catacombs of Solaris]는 미궁을 걷는 게임입니다. 그냥 미궁을 걷는겁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잠시 바라보고, 무언가 생각하다가, 적당히 게임을 종료하시면 됩니다.
현실에는 없는 기이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은 늘 즐겁습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원하는 가격)
편의: 어지러움 주의
제작: Ian MacLarty
좌표: itch

Yule Log




포근한 불을 피워 보세요.

마우스 왼쪽 클릭으로 이동, 스페이스바로 땔감 얻기, 마우스 스크롤로 땔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ESC를 누르면 설정 메뉴를 불러옵니다.

[Yule Log]는 시즌에 어울리는 모닥불 시뮬레이터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4K 해상도 난로 영상과 비슷합니다.

정말 단순하고 간단한 게임이지만 포근한 모닥불의 느낌을 제법 잘 살리고 있습니다.
게임 메뉴에서 모닥불에 어울리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벤드캠프와 유투브 링크일 뿐이지만 제 역할을 해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무료
편의: 쉬움, 포근함
제작: icewatergames
좌표: itch.io

2016. 12. 13.

Walkie Talkie



Send + Receive + Play
보내기 + 받기 + 즐기기

[Walkie Talkie]는 아주 영리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뛰고 넘을 수 있는 레벨이 2천 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도 레벨을 바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 리뷰도 레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말로 하면 재미없으니 게임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플랫폼: 윈도우
가격: 무료
편의: NA
제작: daniel Linssen
좌표: itch.io



Tangent



A game made over 48hours during the 37th Ludum Dare
Ludum Dare 37회 48시간 동안 제작된 게임.

[Tangent]의 첫인상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캐릭터도 그래픽도 어디서 한번 본 것 같은 익숙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당황스러울 만큼 신선합니다.
플레이어의 기억력과 순발력을 실험하는 “변화하는 방” 플랫포머 게임.
짧은 게임이 가질 수 있는 새로움과 간결함을 담은 게임입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무료
편의: 어려움, 30분
제작: rxi
좌표: itch.io


2016. 12. 11.

도타2 7.00 패치, 중국 그리고 스팀




한국 시각으로 대략 새벽 3시 30분에 (본래는 월요일 새벽 2시 공개였으나, 벨브의 서버 문제로 인해 방금) [도타2]의 7.00 업데이트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사실상 [도타 3]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없는 대규모 업데이트입니다. 많은 것들이 변경되었는데 짧게 줄이면 [도타2]가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의외입니다. 장르의 원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도타2]가 아류라는 말을 듣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따라 한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벨브가 꽤 큰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사실 필자는 [도타2]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는 이벤트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중국 영웅추가(원숭이 왕)과 업데이트 페이지가 한동안 중국어로만 뜨는 것을 보고 문득 ‘아, 벨브가 중국 시장을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번 주에 본 기사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상황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스팀이 중국에 스탠드 언론 게임(과 도타2)를 팔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기사와 이번 [도타2]의 방향 전환을 겹쳐보면 아주 흥미로운 그림이 보입니다.
일단 기사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도타2]는 벨브가 중국의 게임 유통사 퍼펙트 월드와 손을 잡고 서비스 중이다.
- 중국에서 [도타2]는 스팀이 서비스한 첫 게임이었으며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었다.
- 흥미롭게도 현재 중국에서 스팀은 중국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 이는 퍼펙트 월드 측이 [도타2]의 서비스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덕분에 스팀은 중국에서 자유롭게 게임 유통이 가능한 희소가치 높은 플랫폼이 되었다.
- 최소 십만 명의 중국인이 스팀에서 게임을 사고 있다.

[도타2]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사를 본 당시에는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보니 굉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였습니다. 세상에 중국에서 검열을 받지 않는 플랫폼이라니?! 더군다나 플랫폼이 스팀이라니?! (어쩌면 한국 게임 개발자와 개발사에 기회의 땅은 모바일이 아니라 스팀일지도?) 이쯤 되면 당연히 스팀에서 [도타2]를 중국에 확고히 안착시키기 위해 신경을 쓸 만합니다. 그렇다면 벨브는 어느 정도나 신경을 써야 할까요? 기사의 끝부분에 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 중국의 초거대 기업 텐센트는 TGP라는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 TGP의 기능은 벨브의 스팀과 겹친다.

텐센트는 게임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알고 계실 회사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자, 중국에서 메신저와 포털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니까요. 텐센트는 이미 메신저와 포털로 엄청난 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텐센트가 중국 내 게임 유통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벨브는 손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벨브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TGP를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겁니다. 이번 [도타 2] 7.00 패치는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타2]는 벨브의 플랫폼인 스팀의 영향력을 높여줄 강력한 무기입니다. 덤으로 경쟁사인 텐센트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사용자를 빼앗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앞으로 스팀이 중국에서 어떻게 될지 재미있게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스팀은 과연 텐센트와 중국 정부의 손아귀로부터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Mu Cartographer




이상한 기계를 주워보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낮선 기계를 호기심에 만져본 기억이 있다면 [Mu Cartographer]를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정체불명의 기계를 조작하여 숨겨진 유적을 찾아야 합니다.
게임 화면에는 이런 저런 계기판과 스위치가 있고, 화면 중앙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3D 지도가 있습니다.
매뉴얼도 없고 도움말도 없습니다. 감과 운을 통해 기계의 사용법을 익혀야 합니다.
처음 한동안은 낯설겠지만 하나씩 찾아 나가는 재미가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게임에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며 숨겨진 비밀을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플랫폼: 윈도우, 맥
가격: $5
편의: 어려움
제작: Titouan Millet
좌표: itch.io (스팀 키 제공)


2016. 12. 10.

Vapor Maze




[Vapor maze]는 개발중인 게임의 데모 버전입니다.
시작 하기도 전에 끝나는 짧은 게임이지만 설정이 독특해서 소개해 봅니다.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를 조종하여 게임속 사물로 부터 감정을 느껴야 합니다.
특정 사물과 공감하면 안드로이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화면 하단의 안드로이드의 감정 게이지와 문의 게이지를 일치시켜서 문을 여는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특별한 장치 없이 설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어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개발을 계속 한다고 하니 언젠가 완성된 게임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웹
가격: 무료
편의: 5분
제작: Romain Courtois 
좌표: itch.io


라스트 가디언






당신은 거대한 새를 올려다봅니다.
몸은 늑대처럼 길고 날렵합니다.

동물이 우아하게 움직일 때마다 털은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반면 꼬리는 쥐꼬리마냥 길고 가늡니다.
그 어색한 조합에 웃음이 나옵니다.

검고 큰 눈의 시선이 당신의 시선과 만납니다.
서로 잠시 눈빛을 나누고 당신은 고개를 돌려유적의 언덕 너머를 바라봅니다.
겹겹이 겹쳐있는 유적 너머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등 뒤에서 짧은 울음 소리가 들리고 곁으로 토리코가 다가옵니다.
당신은 토리코의 발을 쓰다듬고 넓은 등에 올라탑니다.

아직 함께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완벽함에 가까운 게임.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은 완벽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이코]와 [완다의 거상]을 제작했던 우에다 후미토가 기나긴 시간 동안 제작한 게임 [라스트 가디언(원제: 식인 거대 독수리 토리코)]은 그만큼 제 마음을 움직인 게임입니다.

[라스트 가디언]은 플레이어가 괴물새 토리코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게임입니다. 첫 만남에서 이 동물에게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최고의 게임이 될 겁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이 게임은 최악의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토리코를 중심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플레이어조차 토리코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일부인지 모릅니다.

일반적인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을 통해 성립됩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토리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방안에서 침대를 빼앗고, 방금 세탁한 옷에 털을 묻히는 동물이 그러하듯 토리코는 플레이어의 의지를 따르지 않습니다. 지금 토리코가 부르는 말에 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버그일까요? 아니면 기분이 별로라서 그럴까요?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 살아있는 토리코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토리코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게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 퍼즐을 풀어낼 힌트를 던집니다. 토리코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다른 사물과 모델링이 겹치지 않도록 정성을 기울여 눈에 보이는 정보를 명료하게 만들고, 상태와 감정을 파악할 수 다양한 울음소리를 주고, 큰 눈동자가 어디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생각을 가늠해보게 합니다. 그 밖에 다양한 퍼즐들은 결국 토리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따금 토리코라는 게임 일부가 지나치게 플레이어를 휘두르고 주도권을 빼앗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조하는 것이 게임의 이야기와 연출입니다. 게임의 다양한 사건과 그것을 보여주는 연출은 토리코와 플레이어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게임의 이야기와 관계는 플레이어와 토리코 사이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당위성을 만들어 주며, 천천히 깊어지는 관계는 행동에 합리적인 이유를 제공해 줍니다. 덕분에 토리코라는 퍼즐에 매력을 느끼고 마음을 준다면 게임은 정말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라스트 가디언]은 모두를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나 개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고양이나 개는 사람을 좋아할지라도 말입니다. 여기 정말 완벽함에 가깝게 구현된 환상의 동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이 당신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토리코를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당신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6. 9. 30.

파이어 엠블렘 if

- 파이어 엠블렘 if와 실패한 캐릭터 -



 백야 20장에서 [파이어 엠블렘 if]의 플레이를 포기했습니다. ‘이건 도저히 못 하겠다.’ 기기에서 카트리지를 뽑아서 고이 방 한구석에 모셔두었습니다. DLC도 전부 샀는데...... 사정이 어려운 닌텐도 코리아에 기부했다고 생각하고 말아야겠습니다. 나중에 신작이 나오면 변화를 비교를 해보기 위해 [파이어 엠블렘 if]에 대해 가볍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파이어 엠블렘 if]는 크게 두 가지의 선택을 했습니다. 캐릭터의 수를 늘렸고 온라인 플레이의 비중을 늘렸습니다. 게임의 기본은 여전히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며 엔딩에 이르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온라인 게임으로 즐기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꼼꼼하게 신경을 쓴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기지를 꾸미고, 육성한 캐릭터를 배치하여 플레이어가 꾸민 전장에서 온라인 상대와 대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은 SRPG라는 장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단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플레이어는 애착을 가진 캐릭터를 육성시킬 동기를 얻게 되고, 온라인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 간의 교류라는 새로운 재미와 플레이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파이어 엠블렘if]에서 온라인 플레이는 상당히 공을 들였고, 그만큼의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캐릭터에서 터집니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캐릭터가 한번 죽으면 게임에서 이탈하는 특징 상, 여분으로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게임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전작 [파이어 엠블렘 각성](이후 전작으로 지칭)에서 44명이던 캐릭터가 이번 [파이어 엠블렘 if]에서는 6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캐릭터를 늘린 것일까요? 정확한 이유는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만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짐작은 가능합니다. 일단 캐릭터 자체에서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파이어 엠블렘 if]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분히 최근 캐릭터 상품의 기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 만화 기타 캐릭터 상품의 원천이 되는 원작에서 다져진 캐릭터의 특징들이 이번 [파이어 엠블렘 if]에서 정말 가득 보입니다. ‘원래 이런 게임이었나?’ 싶은 당혹감이 들 정도로 게임은 다양한 캐릭터들로 플레이어의 호감을 이끌려고 노력합니다. 이제는 이런 캐릭터가 나와야지만 팔리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전작의 캐릭터 상품이 제법 수익이 괜찮았을까요?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파이어 엠블렘 if]의 늘어난 캐릭터는 별로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캐릭터를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캐릭터를 좋아해 줄까? 이것은 면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둔 상품이라기보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와중에 하나 걸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렇게 걸리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이 있음은 물론입니다. 그 기본은 캐릭터의 자료입니다. 캐릭터가 소비되기 위해서는 소비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캐릭터의 습관, 외모, 배경 등 캐릭터를 설명하는 다양한 자료들이 캐릭터를 구성합니다. 소비하고 싶은 것들이 모여 있는 집합체로서의 캐릭터, 그것이 현대의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팔리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곧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자료들을 모아서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파이어 엠블렘 if]에는 이 과정이 없습니다.

[파이어 엠플렘 if]의 캐릭터는 게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게임의 이야기가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캐릭터들도 게임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쿨 하지만 다소 덜렁대는 캐릭터가 멍청한 결정을 일삼아 그냥 멍청이가 되는가 하면, 사랑하는 동생을 너무나 아끼는 캐릭터가 사실은 얀데레(라는 기호로밖에 해석될 수 없는)라서 동생을 죽이려고 합니다. 시리즈 사상 최대 규모의 대화를 자랑하는 게임이지만 그 와중에 설득력을 가진 캐릭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게임의 큰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들이 자신의 설정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얄팍한 생각으로 팔릴만한 캐릭터를 종류별로 집어넣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듭니다. 캐릭터가 이렇다보니 이런 캐릭터들이 끌어가는 이야기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너무 개연성이 없고 바보 같아서 뭐라고 쓸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파이어 엠블렘if]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고, 게임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게임의 끝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파이어 엠블렘if]의 이야기는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 괴로울 정도로 엉망입니다. 그나마 살릴만한 캐릭터와 온라인 기능을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임의 흐름이 망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엉망이라면 대체 왜 이야기를 봐야만 하는 걸까요? 심지어 이야기의 끝에 이르면 온라인을 위해들인 수고가 사라지는데 말입니다. [파이어 엠블렘 if]가 어떤 과도기에 놓여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그저 선택을 잘못한 것뿐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신작이 나온다면 그것을 통해 이 게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최근 기존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게임들이 캐릭터를 팔기 위해 변화를 꾀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HD 시대에 들어 대형 회사들이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또 다르게 무엇을 만들어서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이 이 오래된 시리즈에서 보였기에 팬으로서 퍽 우울합니다. 무엇이 팔리는지 감은 잡았지만, 그것이 왜 팔리는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2016. 4. 25.

F2P와 IAP는 정말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




 게임 세계에는 악이 존재합니다.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F2P(Free to play) 무료로 게임의 기본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부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칭합니다. 흔히 부분 유료화 게임이라 불립니다. 두 번째는 IAP(In-app purchase) 이쪽은 F2P의 서비스 방식을 칭합니다. 말 그대로 게임 안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설명이 길었으나 짧게 줄이자면…….

“둘 다 얄팍한 상술로 사용자를 꾀어 돈을 강탈해가는 천한의 XXX들입니다-!”

보통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글쎄요?

“F2P와 IAP는 정말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

 F2P나 IAP를 옹호하거나 위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이 블로그에서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해당 게임은 소개하지 않습니다. 사실 필자는 F2P와 IAP를 대단히 단순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미래를 팔아먹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떠한 글을 시작으로 F2P와 IAP게임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일본에서 서비스를 막 시작한 때였으니, 대략 4년 전일 겁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컴플리트 가챠 자율규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컴플리트 가챠는 게임에서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카드를 모아서, 더 좋은 카드를 보상으로 얻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작위로 나오는 카드를 겹치지 않게 여러 종류 모아야 하다 보니, 보상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당시 일본에서 모바일 게임을 운영하던 분의 블로그에서 컴플리트 가챠를 설명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일본 모바일 가챠 게임은 접하는 입장에서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꽤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그것이 사용자들의 커뮤니티와 어울려 매우 복잡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카드 한 장을 넣고 빼는 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건 지금도 그럴 겁니다) 그래서 보상 카드를 추가함에 따라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컴플리트 가챠였다고 합니다. 소비자를 속여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꽤 고심한 결과 나온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내용을 모르면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오해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글 말고도 비슷하게 몇 번 사고의 전환이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F2P와 IAP를 여러 이해가 얽혀있는 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플랫폼의 한계 안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하고, 그 결과를 사용자가 선택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관계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모바일 유통은 기기의 화면이 작아서 노출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상점에 노출되기 위해 순위권에 들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일단 다운로드수를 늘릴 수 있는 F2P 방식은 대단히 유효한 전략입니다. 반대로 구매 장벽이 있는 게임은 상대적으로 상점에 노출되기 어렵습니다. F2P와 IAP가 회사에 게임을 운영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사용자는 게임의 지속적인 운영을 통해 사용자 간의 소통을 지속 할 수 있다는 추측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보통 F2P 게임들은 전체 사용자의 2% 남짓한 이들만이 돈을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중 1%가 게임을 운영할 수 있게 할 만큼 많은 돈을 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게임에서 어떤 발언권을 가지는지 그리고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각 사항에 따라 선택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차이는 있을 겁니다. 이에 따라 많은 문제가 발생하긴 하지만 결국, 상호 이해에 따라 서로 눈치껏 선택하는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사용자가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 어딘가에는 정말 소비자를 속여서 돈을 벌 생각으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딘가의 석유 재벌이 그런 게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비판들은 “게임이 나쁘다”라는 결론에서 더 나가질 않습니다. F2P와 IAP가 만드는 1%의 소비자가 전부 재벌은 아닐 겁니다. 정말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단히 복잡한 책임과 윤리 문제가 발생합니다. 게임에 과몰입된 사람의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게임이 정말 그런 문제를 만든다면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요? 굉장히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일 텐데, 보통 언젠가는 정부가 규제라도 해주겠지 하는 수준입니다. 더불어 업계는 편한 대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러니 진전이 없습니다. 만약 규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만스런 회사를 움직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해외에서는 소비자 단체의 압력에 의해 모바일 게임 유통의 양대 산맥인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가 F2P 게임에 대해 “무료”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다들 무료 게임이라고 말하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충분한 대응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는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F2P와 IAP는 하나의 이론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 사용하는 IAP 방식만 분류해도 책을 한 권 쓸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계속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단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쁜 게임”이라고 덮어두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원인인지 파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F2P와 IAP는 정말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



2016. 4. 6.

LIEVE OMA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3.99
편의: 인간적임
제작: Florian Veltman
좌표: itch.io




어린 제가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주신 할머니는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남을 보살필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우리를 도와준 사람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짧은 이야기를 담은 이 게임은 그들에게 바치는 송시입니다.

My grandmother is probably the most important person ever to me, 
as she provided me with the stability and care a child needs growing up.
We all have or have had people helping us become a responsible and caring person, 
and this short narrative game is an ode to these people.



 [LIEVE OMA]는 분명 잘 만들어진 게임은 아닙니다그러나 무척 마음에 드는 게임입니다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플레이어를 생각해주는 할머니와 숲을 걷게 됩니다숲속에서 할머니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저녁에 요리할 버섯을 찾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기본을 따지자면 참 엉성합니다게임 패드로 게임을 한다면 마구 돌아가는 카메라에 당황할 겁니다키보드와 마우스로 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플레이어의 과제인 버섯 캐기도 제대로 안 될 겁니다버섯 근처에서 키를 연타하며 돌아다녀야 합니다이처럼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임이고 그래픽도 썩 대단치 않습니다그런데도 이 게임은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게임 속 할머니는 당신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얼핏 무책임하고 생각 없는 노인으로 보일지 모릅니다그러나 실은 오랜 세월 쌓아온 지혜와 눈썰미를 가진 따뜻한 사람입니다게임 속에서 같이 걷다 보면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따듯한 조언을 건네주는 사람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단순한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현실의 소중한 누군가를 당신에게 소개하는 게임입니다.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나를 생각해주는 또는 생각해 주었던 소중한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게임은 흔하지 않습니다.

2016. 2. 25.

ANATOMY

플랫폼: 윈도우, 맥, 리눅스
가격: $2.99
편의: 영어 듣기 필요, 1시간
좌표: itch.io


 [ANATOMY]는 익히 아시다시피 “해부”라는 뜻이 있는 영어 단어입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집이 무대인 게임 제목이 왜 해부일까? 집에서 무언가를 해부하는 내용일까? 또는 해부 당하는 내용일까? 흔한 호러 게임의 내용을 상상하며 접한 게임은 예상과는 꽤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ANATOMY]는 집을 해부하는 호러 게임입니다.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는 소음과 함께 게임은 시작됩니다. 1994년을 8월을 표시하는 TV 화면이 스쳐 지나간 뒤, 어둠 속에 잠겨있는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면을 긁는 노이즈 너머로 나무로 된 싸구려 문과 어두운 통로가 보입니다. 통로를 따라가 보니 작은 주방이 나옵니다. 주방 탁자 위에는 검붉게 빛나는 것이 있습니다. 카세트테이프와 카세트 플레이어, 앞서 스쳐 지나간 1994년이라는 시절에 어울리는 낡은 물건입니다.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자 명료하지 못한 잡음과 함께 집에 대한 설명이 시작됩니다. “집은 생물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각 구조는 인간의 정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테이프가 끝나고, 화면에 메시지가 표시됩니다. “카세트테이프가 XXX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게 카세트를 찾는 폐가 탐색이 시작됩니다. 또는 폐가를 탐색했던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됩니다. 언젠가 들었던 도시 전설처럼 이 비디오에서 나가는 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카세트를 찾아서 재생할 것.

[ANATOMY]는 플레이어가 빠져나가려고 노력할수록 더 깊이 플레이어를 끌어들입니다. 때때로 비디오테이프가 끝나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그것은 해방이 아니라 추방입니다.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할 때마다 그 속의 집은 깨지고 망가집니다. 그 과정에서 급격하게 집의 이면이 드러납니다. 아직 무언가 더 남아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공포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오는 깜짝쇼는 걱정하거나 기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령도 없고, 살인마도 없습니다. 이 게임의 공포는 집이라는 공간 그 자체입니다. 집과 플레이어 어느 한쪽이 완전히 망가지기 까지 해부는 멈추지 않습니다.

 낡은 기록장치의 특징을 이용하여 게임은 매우 설득력 있는 공포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합니다. 노이즈가 이글거리는 화면 너머 무엇을 상상하시건 간에, 게임은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욕지거리가 치밀어 오르는 깜짝쇼가 아니라, 등골을 짜르르 타고 흐르는 은근한 공포를 즐기신다면 [ANATOMY]의 해부 강의에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